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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기도 - 이문재




오래된 기도 / 이문재(1959~ )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출전 / 『시와 사상』 2008년 가을호




저절로 눈이 감겨집니다.
두 손이 맞잡아지고 그 손은 가슴 앞에 모아집니다.
뜨거운 눈시울에서 끊임없는 눈물이 흐릅니다.
온 마음이 진도 그 바다에 가 있습니다.
그 바다에서 안고 쓰다듬고 보살펴야 할 천금같이 귀한 아이들을 우리 어른들은 그만…
그 많은 생때같은 아이들을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아이들이 오지 않습니다.
가슴을 쳐 봅니다.
발을 구르고 통곡해 봅니다.
후회와 통한으로 가슴이 뜯겨 나갑니다.
오, 하늘이시여….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강현덕·시조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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