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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 호수 - 김명인


얼음 호수 - 김명인(1946~ )

가장자리부터 녹이고 있는
얼어붙은 호수의 중심에 그가 서 있다

어떤 사랑은 제 안의 번개로
저의 길 금이 가도록 쩍쩍 밟는 것
마침내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빙판위로 내디딘 발걸음 돌이킬 수 없다

깨진 거울 조각조각 주워들고
이러저리 꿰맞추어보아도
거기 새겼던 모습 떠오르지 않아 더듬거리지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던 한때의 파문
어느새 중심을 녹여버렸나
나는 한순간도 저 얼음호수에서
시선 비끼지 않았는데




가장자리부터 녹고 있는 그러나 아직 얼어붙은 호수 중심에 한 사람이 서 있다. 위태롭다. 이미 주변이 녹기 시작한 쩍쩍 금이 가는 얼음장 위를 밟고 간 사람이다.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빙판 위로 내디딘 발걸음을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제 안의 번개 같은 사랑 때문이다. 늦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가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훗날 깨진 거울 조각을 주워 꿰맞추어 봐도 거기 새겼던 모습 떠오르지는 않아 더듬거릴지라도 사랑은 아직 얼어 있는 중심을 향해 무릅쓰고 달려드는 것이다. 어느새 중심까지 녹아버려 그것이 한때의 파문이 되고 끝내 흔적조차 사라질지라도… 다른 한편에는 얼음 호수와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에게서 한순간도 시선을 비끼지 않은 다른 사람이 있다. 시인의 가슴에 이처럼 단단하고 아슬아슬한 사랑이 파문처럼 몇 번은 지나갔으리라. 그리고 짐짓 아무 일 없는 듯한 호수가 되었으리라.
...............................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2013.03.19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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