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EM +:+:+
     sook-e      http://www.sook-e.net
    겨울 숲에서 - 안도현






겨울 숲에서


      안도현(1961~ ) 詩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 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Sort by No
Sort by Subject
Sort by Name
Sort by Date
Sort by Readed Count
  
 새 게시판을 만들어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sook-e  		 2008/10/26 1833
65
   오래된 기도 - 이문재
sook-e  		 2014/04/25 1131
64
   가을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 이인구
sook-e  		 2013/11/02 547
63
   시월 - 황동규
sook-e  		 2013/11/02 541
62
   시월 - 나희덕
sook-e  		 2013/11/02 1002
61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sook-e  		 2013/06/24 741
60
   해마다 유월이면 - 최승자
sook-e  		 2013/06/09 598
59
   산 속에서 - 나희덕
sook-e  		 2013/04/07 651
58
   어느 향기 - 이시영
sook-e  		 2013/03/24 599
57
   얼음 호수 - 김명인
sook-e  		 2013/03/24 566
56
   벗에게 부탁함 - 정호승
sook-e  		 2010/04/29 961
55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
sook-e  		 2010/04/29 990
54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sook-e  		 2010/04/29 1723
53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sook-e  		 2010/04/29 958
52
   풍경 달다 - 정호승
sook-e  		 2010/04/29 1040
51
   삶은 감자 - 안도현
sook-e  		 2008/12/11 1118
50
   헛것을 기다리며 - 안도현
sook-e  		 2008/12/11 1127
49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안도현
sook-e  		 2008/12/11 1124

   겨울 숲에서 - 안도현
sook-e  		 2008/12/11 1127
47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sook-e  		 2008/12/11 970
    1 [2][3][4]    

Copyright 1999-2025 Zeroboard / skin by ZINA